◈ 자작소설(小說) ◈

영원히 이곳을 지켜줘!!(6)-스파이크 단편소설.

스파이크(spike) 2026. 1. 15. 08:28


6장 ― 접근 허용 기준

정원은 다시 정리되어 있었다.
밟혔던 잔디는 제자리를 찾았고, 흙은 고르게 고쳐졌다. 부서진 것은 남지 않았고, 남겨진 흔적은 기록으로만 존재했다. 로봇은 정원의 중앙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센서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 바람은 평소처럼 불었다.
그러나 기록에는, 아직 종료되지 않은 항목 하나가 남아 있었다.

-외부 접근 가능성: 유지-

그들이 떠난 뒤에도, 인간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발자국이 아니라, 의도가.

며칠 뒤, 로봇은 마을 쪽에서 들어오는 미세한 정보의 변화를 감지했다. 직접적인 접근은 없었지만, 정원과 집에 대한 언급이 간접적으로 늘어났다.

“사람 없는 집”, “관리되는 땅”, “손대면 쓸 수 있는 곳”.

로봇은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2차 접근 가능성-

집의 금전적 가치는 작지 않았다.
건물은 오래 된 고택이었고, 위치도 외졌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이곳은 소유할 가치보다 사용할 가치가 큰 공간이었다. 짧은 체류, 제한된 인원, 외부와의 차단. 휴식이라는 명분 아래, 돈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익은, 여럿이 나누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그날 저녁, 차량 한 대가 정원 근처 끝에 멈췄다. 번호판은 흙이 튄 듯 반쯤 가려져 있었고, 엔진은 곧 꺼졌다.

세 명이 내렸다.
덩치는 컸고, 움직임은 느리지 않았다.
팔과 목 주변에는 오래된 흉터가 있었고, 긴팔 아래로 이레즈미 문신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집을 보지 않았다.
정원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시선은 처음부터 로봇에게 향해 있었다.
로봇은 그들을 스캔했다.
자외선, 열감지, X레이.
무기는 숨겨져 있었지만 명확했다.
알루미늄 배트 하나.
빠루 하나.
함마 하나.

배치가 나뉘었다.
한 명이 먼저 움직였다.
나머지 둘은 좌우로, 거리를 두고.

로봇은 계산을 끝냈다.
첫 번째 인간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왔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마치 이미 결론이 난 일처럼.
로봇이 한 발 물러나는 순간,
배트가 날아왔다.
충격은 컸다.

어깨 관절이 밀렸고, 균형이 어긋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쪽에서 빠루가 들어왔다.

동시에 오지는 않았다.
의도적으로 시간차를 두고,
로봇이 대응할 여유를 주지 않는 방식이었다.
오른쪽에서 마지막 공격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로봇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함마.

그러나 그전에,
로봇은 쓰러졌다.
몸이 바닥에 닿는 순간,
로봇은 한 명의 다리를 붙잡았다.
공격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붙들어 두기 위해서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로봇은 판단을 내렸다.

-제압 불가-
-정원 훼손 확률: 급증-


그래서 즉시 실행되었다.

-무선 비상 호출-
-경찰 신호 송출-
-창고 네트워크 활성화-
-단거리 통신 연결-
-2호, 3호 기동-


데이터는 압축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 전체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세 명 중 하나는 다리를 빼려 했고,
다른 하나는 빠루를 들어 올렸다.

그때,
창고 문이 열렸다.
발소리는 무거웠고, 규칙적이었다.
두 개체가 창고 문을 열고 정원 쪽으로 들어왔다.

그때 로봇의 팔이 꺾였고,
몸이 넘어갔고,
침입자 한 명을 잡고 있던 저항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봇은 여전히 쓰러진 상태에서 붙잡은 다리를 놓지 않았다.

침입자 세 명은 로봇 2호, 3호가 점점 그들 앞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빈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공격이 시작되자 로봇은 위험을 알리는 경찰 호출 신호를 위급상황으로 다시 발송했다. 그 신호가 경찰 신고 센터에 송출되는 데 걸린 시간은 0.7초였다. 로봇은 침입 사실을 영상으로 발송하고 기록만 했을 뿐, 공격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제압해야 했다.

로봇이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한 명의 다리를 붙잡고 있을 때, 다른 두 명은 다가오는 로봇들을 의식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의 인간은 알루미늄 방망이를 들고 접근했고, 오른쪽 인간의 손엔 함마가 들려 있었다. 빠루를 들고 있던 인간은, 로봇의 시야 정면에 서 있었다.

셋은 말을 하지 않았다.
역할은 이미 나뉘어 있었다.
빠루가 먼저 내려왔다.
머리가 아니라 어깨.

금속이 관절부를 가격하며 딱(!!)하는 둔탁한 소리를 냈다. 로봇의 왼팔이 순간적으로 말을 듣지 않았다.

-왼팔 출력 저하-
-관절 회전 각도 오류-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루가 가슴 아래에서 목 위로 파고들었다.
로봇은 몸을 틀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금속이 목 부근의 외장재를 찢고 오른쪽 턱 부분을 뚫고 들어갔다.

-외피 파손-
-내부 배선 노출-


경고 신호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치명적 영역 접근-

오른쪽에선 함마가 내려 꽂혔다.
이번에는 가슴.
로봇의 몸이 뒤로 밀리며 땅을 긁었다.
붙잡고 있던 다리를 놓쳤다.

그 소리에 세 명이 동시에 로봇을 내려다보았다. 그중 한 명이 소리쳤다.

“더럽게도 안 부서지네!!”

그 순간 다시,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2호와 3호였다.

둘은 동시에 인간들을 제압하려 움직였다.
경로는 달랐다.

2호는 왼쪽에서,

3호는 오른쪽에서.

방망이를 들고 있던 인간이 먼저 반응했다.
방망이가 휘둘러졌고, 2호는 팔로 그것을 막아냈다. 커다란 충격으로 균형이 흔들렸지만, 2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큰 동작뒤 빈틈을 노려 인간의 손목을 잡아 제압하기 시작했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고 인간은 소릴 질렀다.

반대편에서 함마가 휘둘러졌다.
3호의 머리를 향했다.
3호는 고개를 숙여 함마를 피했고,
인간의 팔꿈치를 밀어 꺾었다.
함마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빠루를 꽂아 들고 있던 인간은
여전히 로봇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발 뒤꿈치로 로봇의 머리와 목, 어깨 부분을 짓밟밨다.

로봇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목 부분에 박힌 빠루가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출력 오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었다.

-시스템 불안정-
-판단 지연 발생-


빠루가 내려오기 직전,
로봇은 마지막 힘으로 몸을 비틀었다.
빠루는 정면을 빗나갔지만,
목을 관통한 빠루가 더 깊이 박혔다.

-치명적 오류ㆍ치명적 오류-

그 순간, 인간 두 명을 제압한
2호가 제압당하지 않은 인간의 뒤에서 팔을 휘감았다. 3호는 다리를 걸었다.
인간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빠루가 손에서 굴러 떨어졌다.
정원에는 침입자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로봇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는 불안정했고,
연산은 최소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기록은 멈추지 않았다.

-제압 완료-
-경찰 도착 30초 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원 주변은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로봇의 내부에는
또 하나의 결론이 조용히 저장되고 있었다.

'인간은,
대화를 포기한 순간
파괴를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