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언제적 첫사랑이었던가...?(3)-스파이크 단편소설.

스파이크(spike) 2026. 2. 28. 11:26


길은 여전히 한산했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우리가 걷는 구간만 비어 있었다. 멀리 누군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가도 금방 시야 밖으로 밀려났다. 발소리는 같은 간격으로 이어졌다.

보폭이 맞았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속도가 같았다. 내가 늦추면 S도 늦어졌고, S가 빨라지면 나도 모르게 따라갔다. 몇 번 반복되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주변 소리가 줄어들었다. 차 소리도 끊긴 듯 조용해졌다. 발소리만 남았다.

그때 손끝이 스쳤다.

아주 가볍게.

피할 만큼 놀랍지도 않았는데 그냥 넘기기엔 또렷했다. 몇 걸음 더 걸었다. 그런데 의식이 그쪽으로만 남았다.

다시 닿았다.

새끼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머물렀다. 순간적으로 정전기라도 튄 것처럼 손끝이 움찔했다. 실제로 닿은 건지 아닌지 분간되지 않았는데 심장은 알아챘다.

S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예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화… 했었잖아.”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S가 잠깐 나를 봤다.

“기억나요.”

잠깐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왜 그때는 더 안 했어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그냥… 싫어 하는 줄 알았어.”

말하고 나니 조금 가벼워졌다.
S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었어요.”

잠깐 멈췄다.

“그때는… 상황이 조금 복잡했어요.”

무슨 뜻인지 묻지 못했다.
그 순간 손끝이 다시 닿았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조금 더 가까워졌다.
내 손가락이 움직였고 S의 손가락도 아주 약하게 따라왔다. 의도했다고 하기엔 분명하지 않았고, 우연이라 하기엔 느렸다.

손이 겹쳐졌다.

잡았다는 느낌보다 놓지 않았다는 감각이 먼저였다. S는 그대로 걸었다. 손을 빼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한동안 발소리만 이어졌다.
그러다 S가 먼저 말했다.

“오래됐네요.”

“응… 오래됐지.”

“근데 이상하게… 어제 같아요.”


나는 씁쓸 하고 희미한 웃음이 터졌다.

“나는 그날 이후 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나도요.”


조금 뒤 S가 덧붙였다.

“그래도… 가끔 생각은 했어요.”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가 다시 맞춰졌다.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