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테이블 위에는 물 잔 두 개와 접혀 있는 냅킨만 놓여 있어 하얀천이 씌워진 테이블이 공허해 보일지경었다. 창문 밖의 노을빛은 유리창을 지나 테이블 위로 길게 내려와 있었고, 그 빛이 조금씩 움직이듯 긴 여운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낮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천천히 알려주는 속도였다.
S는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여긴… 오래된 것 같네요.”
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벽에는 색이 조금 바랜 액자들이 걸려 있었고, 천장 조명은 밝지 않은 노란빛으로 테이블 위를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응...”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S가 작게 웃었다.
“그런 데 많잖아요. 기억에는 없는데 분명 오래 있었던 것 같은 곳.”
그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이 식당뿐 아니라 오늘 하루 전체가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 와 본 곳인데도 낯설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마주 앉아 있는데도 완전히 어색하지 않았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같았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일 때 나는 작은 소리가 조용한 공간 안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S가 포크를 들었다.

“이런 거… 오랜만이에요.”
“경양식?”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잠깐 웃음이 섞였다. 그 웃음이 어색함을 조금 덜어냈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을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학교 근처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같은 것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우리는 한 번도 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때는 세 번의 전화에서 멈췄다.
지금은 이렇게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잠깐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때…”
S가 고개를 들었다.
“전화… 했었잖아.”
말을 꺼내고 나서야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와버린 말이었다.
“정말… 싫어서 그랬던 거야?”
S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시선을 내려 테이블 위를 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아니에요.”
그리고 잠깐 멈췄다.
“그때는… 집에 일이 있었어요.”
설명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아… 그랬구나.”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오래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S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도…”
잠깐 눈을 올려 나를 봤다.
“세 번은 너무 적었어요.”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식사는 천천히 끝나갔다. 접시 위에는 포크 자국만 조금 남아 있었고, 창밖의 빛은 이제 거의 사라져 있었다. 가게 안의 노란 조명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는 물 잔을 들어 마지막으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술 한잔 할래?”
말을 하고 나서야 조금 이른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 완전히 저녁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S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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