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언제적 첫사랑이었던가...?(4)

스파이크(spike) 2026. 3. 10. 18:10


걸음은 계속 이어졌지만 대화는 길어지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손을 놓지 않은 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많은 걸 대신하고 있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의 빛이었다. 하늘은 아직 밝았는데 건물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저녁이라기엔 이르고, 낮이라기엔 끝나가던 시간이었다.

S의 손은 여전히 조용했다.
잡혀 있다는 느낌보다 그냥 거기에 있는 감촉에 가까웠다. 빼려는 기척도 없었고, 더 잡으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그래서 더 의식되었다.

몇 번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굳이 해야 할까 싶었다. 입을 열면 이 시간이 다른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결국 말했다.

“저녁 식사... 밥… 같이 먹을래?

말을 하고 나서야 시간이 애매하다는 걸 느꼈다. 아직 저녁은 아니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길어진 거리였다.

S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멈춰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걸었다.
조금 지나 길 모퉁이를 돌자 작은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사이에 끼어 있었는데 이상하게 먼저 보였다.

하얀 창틀이 달린 창문, 그 아래 놓인 작은 화분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노란 조명. 유럽풍으로 꾸며진 경양식집 같았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조용하고 또렷했다.
둘 다 동시에 멈췄다.

“여기… 어때?”

S가 창가를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났다.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창가 쪽이 비어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았다.
마주 앉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

손에 남아 있던 감촉이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메뉴를 펼쳤지만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또렷했다.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굳이 먼저 꺼낼 필요가 없는 시간이었다.

이제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