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小說) ◈

언제적 첫사랑이었던가...?(6)

스파이크(spike) 2026. 3. 15. 19:19


레스토랑 문을 나서자 작은 종소리가 뒤에서 다시 울렸다. 밖의 공기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노을빛은 거의 사라지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낮 동안 남아 있던 따뜻함이 아직 완전히 식지는 않았지만 공기 안쪽에는 밤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는 잠깐 문 앞에 서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의 묘한 공백 같은 시간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말할지 말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술… 한잔 할래?”

S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하늘색은 이미 낮의 색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천천히 골목으로 들어갔다. 작은 가게들이 몇 개 이어져 있었고 그중 하나에서 노란 불빛이 길 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먼저 느껴졌다.

안은 조용했다. 테이블 몇 개와 낮은 조명,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 음악. 사람들이 많지 않아 목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술을 주문했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잔에 담긴 술은 천천히 줄어들었고 대화도 천천히 이어졌다. 가끔 웃음도 섞였다.

그 웃음은 크게 터지는 종류가 아니라 오래 알던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 나오는 조용한 웃음이었다. 잠시 후 나는 잔을 손에 들고 말했다.

“근데… 나 한 번 널 본 적 있어.”

S가 눈을 들었다.

“언제요?”

“선배 결혼식.”


S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아…”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널 봤어.”

잠깐 조용해졌다.

“근데 아는 척 안 했어.”

S가 나를 바라봤다.

“왜요?”

나는 순간적으로 씁쓸히 웃었다.
그 웃음은 조금 어색했다.

“전화… 세 번 했었잖아?!”

나는 잔을 한 번 돌렸다.

“다 거절당해서.”
“그래서 그냥… 내가 싫은 줄 알았어.”


잠깐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결혼식장에서 널 보니 인사하면 더 이상할 것 같더라고.”

S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했어. 선배만 축하해 주고 바로 나왔어.”

잠깐 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옹졸했지.”

S는 잠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말을 조금 더 이어갔다.

“몇 달 뒤에 그 선배를 다시 만났거든. 간만에 만나 술 한잔 했어.”

잠깐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선배가 그랬어.”

순간 입이 바짝 마른 나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네가 너무 빨리 포기했다고.”


S의 눈이 순간 조금 커졌다.
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네 친구인 선배 와이프가 말해줬다더라.”

잠깐 멈췄다.

“너… 나한테 마음은 있었다고.”

술잔 안에서 얼음이 작은 소리를 냈다.

“집에 일이 있어서 한동안 엄청 바빴다고. 그래서 전화받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거절했을 뿐이라고.”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얘기 듣고… 좀 충격받았어.”

나는 창밖을 한번 바라봤다.

“근데 다시 전화 걸 용기는 안 나더라.”

잠깐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포기한 건 그녀가 아니라
세 번째 전화 뒤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밖을 보니 밤이 완전히 내려와 있었다. 우리는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왔다. 문이 닫히면서 안쪽 음악이 끊겼다. 거리의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다.

잠깐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주변 소리가 더 줄어들었다. 차 소리도 끊긴 듯 조용해졌다.
발소리만 남았다.

나는 잠깐 옆을 봤다.
그때였다.

S의 손이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갑작스러웠다.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출 뻔했다.
S가 나를 한번 바라봤다.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완전히 밝지는 않았다.
아주 잠깐, 설명하기 어려운 안타까움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S는 다시 앞을 봤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을 잡은 채 그대로 걸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조금 더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