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시간은 애매한 오후였다.저녁이라고 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낮이라 부르기엔 빛이 기울어 있었다. 창문 밖으로 들어온 햇빛이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고, 사람들이 한 번에 빠져나간 뒤의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방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공간이 갑자기 비워져 공기가 빠진 진공관 속으로 들어가진 느낌이었다.나는 가방을 메고 문을 나섰다.복도에는 몇 사람만 남아 있었고, 그마저도 금방 흩어졌다. 계단 쪽으로 걸어가자 앞에서 S가 서 있었다. 기다린 건지, 우연히 속도가 맞은 건지 분간되지 않았다. 나도 걸음을 늦췄다.자연스럽게 나란히 서게 되었다.말은 없었다.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소리만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발판이 생각보다 길었고, 한 층을 내려왔는데도 아직 위에 있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손이 철..